산티아고 도심에서 추천할 만한 주요 문화·역사 명소는 어디인가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도심은 그 자체로 박물관 같아요. 순례자들이 마지막 도착지로 삼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바라보면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인 공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낯설지 않고 묘하게 포근해요. 고생 끝에 온 도시라 그런가, 아니면 골목마다 시간이 내려앉아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산티아고 대성당이에요. 누구나 여길 보려고 걷는 거잖아요. 광장 앞에 섰을 때의 그 정적인 기운은 그냥 설명이 안 돼요. 성당 앞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데,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묵직한 감정이 밀려와요. 안으로 들어가면 더 그렇고요. 야고보 무덤이 있는 제단 뒤편에서 조용히 기도하거나, 동상을 안고 순례를 마무리하는 장면은 꼭 해봐야 할 경험 중 하나예요. 미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있고, 때로는 커다란 향로가 휘청이며 공중을 가르는 의식도 볼 수 있어요. 진짜 순례자 기분이 드는 순간이에요.

대성당 옆에는 순례자 박물관이 있어요. 겉은 조용한데 안에 들어가면 볼거리가 꽤 많아요. 예전 순례자들의 복장이나 지도, 야고보의 상징물 같은 것들도 전시되어 있고, 옥상 투어 신청도 여기서 가능해요.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걷던 길이 생각나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울컥해져요. 그냥 도시가 예뻐서가 아니라, 다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때문일 거예요.

조금 떨어진 곳에 몬테 델 고소라는 언덕이 있어요. 순례자들이 성당의 첨탑을 처음 발견하는 장소라고 하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묘해요. 끝이 보이니까 안도감도 들고, 여기가 끝이라니 아쉽기도 하고, 그런 감정이 섞여요. 그래서 다들 잠깐 멈춰서 사진도 찍고 조용히 앉아 있더라고요.

도심 안에는 예전 순례자 병원이었던 고풍스러운 건물도 있어요. 지금은 고급 호텔이지만 외관만 봐도 너무 아름다워서 꼭 한번 들러보게 돼요. 건물 안쪽도 투어로 구경할 수 있는데, 어딘가 숭고한 분위기가 있어요. 그 건물 앞 광장에서 악기 연주하는 사람이나 순례를 끝낸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아 있는 걸 보면, 도시가 사람들을 껴안는다는 느낌도 들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산 마르틴 피나리오 수도원이에요. 조용하고 단단한 공간인데,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았어요. 성당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피곤해서 뭔가 말 없이 쉬고 싶을 때 그곳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시간도 잠시 멈추는 기분이 들어요.

도시를 벗어나서 가볼 수 있는 박물관들도 있어요. 갈리시아 민속박물관이나 현대미술관 같은 곳인데, 꼭 순례자라서만 이 도시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줘요. 스페인 중에서도 이 지역만의 전통, 그리고 현재를 보여주는 장소들이에요.

산티아고는 걸어서 만나는 도시예요. 차를 타고 훑으면 그저 오래된 도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천천히 골목을 걷고, 벽에 기대고, 소리 없는 광장을 지나면 마음 깊숙한 데 뭔가 남아요. 그게 이 도시의 환영이자 환송 같아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