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를 도보로 건넌다는 건 단순한 산책 그 이상의 경험이에요. 자동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바람과 소리와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죠. 그런데 이 멋진 다리를 걷는 데에도 ‘가장 좋은 시간대’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추천드리고 싶은 시간대는 바로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입니다. 이 시간대는 해가 본격적으로 뜨면서 다리에 따뜻한 빛이 내려앉고, 아직 관광객과 자전거 통행이 붐비지 않아서 비교적 조용하게 걸을 수 있어요. 안개가 자욱한 날이라면 그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드러나는 금문교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에요. 어쩌면 안개 속에서 걷는 경험 자체가 영화 속 한 장면 같을 수도 있어요.
또 하나의 황금 시간은 해질 무렵, 대략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사이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이 시간대의 석양이 교각과 만나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태평양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햇살이 다리의 구조물을 따라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냥 걷기만 해도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듭니다. 다만 이 시간엔 관광객이 많아 다소 북적일 수 있으니, 풍경 중심인지 여유 중심인지에 따라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오 무렵이나 오후 한낮은 피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햇살이 강하고 바람은 거센데, 그늘이 거의 없어서 체력 소모가 크고 사진도 다소 밋밋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금문교는 바닷바람이 센 편이라, 어떤 시간대든 얇은 겉옷 하나쯤은 꼭 챙기시는 걸 추천드려요.
처음엔 ‘그냥 다리 하나 걷는 건데 뭐가 특별할까’ 싶었는데, 막상 걸어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금문교는 그저 연결되는 길이 아니라, 직접 걸어봐야만 알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길이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