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원 (www.sayuwon.com)


https://www.sayuwon.com

사유원은 대구 근처 군위에 있는 사색을 위한 정원이다. 단순한 수목원이라기보다는 자연과 건축, 예술이 조용히 어우러지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름 그대로 ‘사유(思惟)’를 위한 공간으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도 한다. 이곳은 사람이 적게 말하고,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산자락 경사를 따라 조성된 정원이라 걷는 동안 풍경이 자꾸 바뀐다. 백일홍, 모과나무, 고송 등 오래된 나무들 틈 사이로 길이 나 있고, 길마다 이름이 있다. 목련길, 백일홍길 같은 이름들이 눈에 익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더없이 화려하지만, 꽃이 지고 난 후의 여백도 좋다. 철제 구조물이나 콘크리트 벽이 나무와 어우러져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건축도 주목할 만하다. 알바로 시자나 승효상, 최욱 같은 건축가들이 설계에 참여했고, 대부분의 구조물은 외형을 뽐내기보다는 자연 속에 녹아들어 있는 편이다. 건물을 보러 간다기보단 걷다가 건축을 만나는 구조라서 더 자연스럽다. 풍경 안에 건물이 있다는 느낌보다는 건물 틈으로 자연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식이다.

입장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고, 사전 예약 없이 무작정 찾아가면 헛걸음할 수 있다. 관람만 하는 티켓도 있지만, 식사가 포함된 패키지를 선택하면 내부에 있는 티하우스나 다이닝 공간도 경험할 수 있다. 예약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고, 남은 인원이 있으면 당일 입장도 되긴 한다. 운영 시간은 주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고,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공휴일이 월요일일 경우 예외적으로 운영하고, 그 다음 평일에 쉰다.

자동차를 타고 가야 편하고,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 정문 쪽에 주차장이 있고, 주차 후 걸어서 입장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있는 편이라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반려동물은 입장 불가고, 외부 음식도 제한된다. 시설은 깔끔하지만 편의보다는 분위기와 집중을 중시하는 구조다. 조용히 걸으며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장소일 수 있다.

날이 맑은 오전 시간대에 가면 햇살이 나무 사이로 예쁘게 들어온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길이 넓진 않지만 군데군데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도 있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만 남는다. 그 소리마저 좋다.

계절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니 한 번만 가지 말고, 여러 번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벚꽃, 단풍, 눈 쌓인 겨울까지 모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매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냥 좋은 곳이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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