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은 단순히 흥행한 콘텐츠를 넘어 콘텐츠 제작자들과 애니메이션 업계에 여러 방향의 질문과 기준을 남긴 사례였어요.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외국 스튜디오와 협업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퍼졌고, 그 안에서 음악, 스토리, 캐릭터, 팬덤, 굿즈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그만큼 산업에 주는 영향도 꽤 넓고 깊다고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케데헌은 ‘한국적인 소재도 충분히 글로벌 감성에 먹힌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한복이나 도깨비 같은 요소가 단순한 배경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이 되면서도 낯설지 않게 흘러간다는 걸 증명한 거죠. 그게 콘텐츠 기획자들에게는 굉장히 큰 자신감을 준 것 같고요. 단순히 문화요소를 넣는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IP 중심 제작 방식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커요. 음악, 영상, 캐릭터, 굿즈, 팬 커뮤니티가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그 안에서 팬들이 자발적으로 해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겼어요. 이런 구조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경험 중심의 소비, 그리고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라는 구조로 이어지고요. 앞으로는 이런 식의 콘텐츠 기획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에요.
산업 구조에서도 어느 정도 자극이 됐다고 생각돼요. 한국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하청이나 어린이 타깃 중심이었는데, 케데헌은 그 틀에서 벗어나 성인 타깃, 글로벌 유통, 스토리 중심 기획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보여줬고요. 그게 투자자나 정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준이 된 것 같아요. 실제로 이후에는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수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어요. 한국적인 원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제작과 배급의 중심은 여전히 해외 스튜디오와 글로벌 플랫폼이기 때문에, 실제 수익이나 지분 구조에서 한국이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는 미지수예요. 또 이런 수준의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려면 제작 인프라, 인재, 기획 능력 같은 것들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고요. 한국에서 직접 만든 오리지널 IP 애니메이션이 지속 가능하려면 제도적인 지원도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해요.
그래도 분명한 건 케데헌이 기존의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질문을 던졌고, 스스로 기준을 높였다는 점이에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세계관을 설계할 것인지, 어떻게 음악과 시각 요소를 설득력 있게 연결할 것인지, 또 어떻게 팬들과 연결되게 만들 것인지 같은 질문을 남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 질문은 앞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