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도구 같기도 하고 나무 같기도 한데요, 사실은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들풀 중 하나입니다.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작은 연둣빛 줄기에 톱니 모양의 잎이 특징입니다. 이름도 정겹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소박하고 단아한 매력을 가진 식물이에요.
부지깽이는 주로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의 따뜻한 산기슭이나 들판, 논둑, 그리고 밭 주변에서 잘 자랍니다. 특히 강원도, 충청도, 전라남도 같은 지역에서는 봄철 산나물 채취철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주 마주하게 되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정선이나 평창 같은 지역은 봄 산나물 축제에서도 부지깽이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이고, 남부지방에서는 지리산 인근 산자락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관찰하거나 채취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보통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입니다. 이 시기에는 줄기가 부드럽고, 잎도 연해서 나물로 무치거나 국에 넣어 먹기에도 좋습니다. 너무 늦으면 줄기가 질겨지거나 잎이 단단해져서 식용으로는 조금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채취는 이른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이 가장 좋고, 무분별하게 뽑지 않고 한두 포기만 살짝 베어오는 식으로 자연을 배려해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일부 지역에서는 직접 채취보다는 관찰 위주의 생태체험 활동으로 부지깽이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식물도감을 들고 산책하듯 들판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알아보는 그런 활동인데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연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이 부지깽이가 좋은 자연학습 교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작고 소박한 풀 한 포기지만, 지역과 계절을 담고 있고, 때로는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하며, 삶의 쉼표가 되기도 합니다. 봄이 깊어질 무렵, 나무 그늘진 들길을 걷다가 부지깽이를 만나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자세히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계절이 주는 선물이 그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