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는 작고 조용한 꽃입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가 강한 것도 아니지만, 한 번 보면 괜히 마음 한 켠이 묘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이 유독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 물망초도 알고 보면 제법 다양한 품종이 있어요. 작고 푸른 꽃 하나에도 여러 갈래의 얼굴이 있다는 게 참 재미있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유럽 물망초입니다. 정원이나 화단에 심는 대표적인 품종으로, 키는 20-40 정도로 자라고 연한 파란색 꽃을 피워냅니다. 보통 4월에서 6월 사이에 꽃이 피고, 줄기마다 다섯잎의 작은 꽃들이 촘촘하게 달려서 멀리서 보면 마치 안개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 모습 때문에 정원사들 사이에서는 ‘봄 안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조금 더 야생적인 매력을 지닌 건 숲 물망초입니다. 이건 고산지대나 계곡 근처의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품종인데, 키가 작고 꽃도 자그마하지만 색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져요. 마치 빛을 머금은 것처럼 또렷한 푸른빛이 인상적이에요. 도시 정원에서 보기보단 자연 학습장 같은 곳에서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흰색 물망초도 있습니다. 이름처럼 꽃 색이 흰빛을 띠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파란 물망초가 맑고 상큼한 느낌이라면, 흰색은 차분하고 약간은 고요한 느낌입니다. 같은 물망초인데도 색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니, 사람 마음도 묘하게 흔들립니다.
요즘은 개량종도 많아졌습니다. 분홍색, 보라색, 심지어 연보라빛이 도는 품종도 있고요. 키가 작고 옆으로 퍼지는 성질이 강해서, 작은 화분이나 베란다용 화단에 심기 딱 좋습니다. 몇 해 전에는 분홍 물망초를 처음 봤는데, 꽃 자체는 익숙한데 색만 다르니까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작고 둥근 꽃잎 사이로 봄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의 물망초는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물을 좋아합니다. 흙이 항상 촉촉한 편이 좋고, 너무 햇볕이 강하면 꽃잎이 금방 시들 수 있어요. 그래서 그늘진 정원이나 나무 아래 심기에 좋은 꽃이에요. 화려하진 않지만, 늘 곁에 두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런 존재랄까요.
물망초는 작지만 오래 남습니다. 보는 이에게 강하게 남기기보단, 천천히 스며드는 꽃. 그래서 품종이 달라도, 색이 달라도 결국은 하나의 이름으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를 잊지 말아요. 꽃 하나로 그런 말을 건네는 식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