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자는 현지 주민들로부터 어떤 환대를 받나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됩니다. 그게 바로 이 길이 단순한 트래킹 코스가 아니라 ‘순례길’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일 거예요. 거창한 도움이나 호화로운 대접은 아니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자주 있어요.

작은 마을을 지나갈 때면, 길가에 앉아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들을 만나요. Buen Camino, 부엔 까미노. 이 짧은 한마디가 순례자에게는 진짜 큰 힘이 되거든요. 아이들도 가끔 그 말을 외치며 손을 흔들어줘요. 처음엔 그냥 인사려니 하다가, 나중엔 그게 고맙고 울컥할 때도 있어요. 내가 지금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신호 같달까요.

그리고 어떤 마을에선 집 앞에 의자를 두고 사탕이나 과일, 물병을 꺼내둔 주민들도 있어요. 무료라고 적혀 있거나, 마음 닿는 만큼만 두고 가라는 작은 통이 같이 놓여 있죠. 돈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거예요. 때론 그걸 챙겨 먹으면서 ‘이런 것도 환대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리게 돼요. 사람이 주는 건 꼭 손으로만 주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워요.

알베르게나 작은 가게에서도 순례자에게는 뭔가 특별하게 대해주려는 태도가 있어요. ‘힘들었죠?’ 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거나, 발이 아프냐며 반창고를 꺼내주기도 하고요. 장사라기보다는 진심 섞인 관심을 주는 느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상업적으로만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그런 데보다는 마음이 살아 있는 곳이 훨씬 많다는 게 이 길의 매력이에요.

또 때로는 마을 행사가 있거나, 교회에서 순례자를 위한 짧은 축복식을 열어주기도 해요. 거창하지 않지만, 따뜻한 기도가 담긴 말 한마디는 피로보다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 더 큰 힘이 됩니다. 길 위에서 혼자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게 더 크게 다가오거든요.

순례자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상처받은 상태로 이 길에 들어서요. 육체든 마음이든. 그런데 마주치는 현지인들의 소소한 환대가 그 상처에 조금씩 반창고처럼 붙어요. 누구는 그런 걸 두고 ‘이 길이 가진 치유의 힘’이라고도 하던데, 막상 걸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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